2008년 07월 26일
hear me
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그러더라.
"너 옛날에는 안 그랬잖아. 잘 안 돌아다녔었잖아."
사람이 정말 바뀌기 힘든 동물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.
그런데 반대로 외부의 영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바뀌는 동물이라는 생각도 최근에는 많이 하게 된다.
친구의 그 말에
"옛날엔 그럴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잖아."
라고 말하긴 했는데,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까 정말 내가 옛날엔 그랬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구나, 근데 왜? 어떻게 바뀌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.
어쩌면 이 친구가 날 잘 몰라서일 수도 있다.
나 원래 밖으로 도는 스타일인데, 그거 좋아하는 데 꾹꾹 눌러왔던 건데 이제 그럴 수 있게 되서 그런건데 이 친군 내가 돌아다니는 걸 싫어했던 것 처럼 생각할 수 도 있겠고 뭐 그거야...
이 친구랑 마지막으로 만난 게 사실 한 달 전 밖에 고작 지나지 않았는데 나는 왜 그 친구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되도록 바뀌든지 혹은 그런 생각을 갖게 보여졌을까?
내 뭐가? 뭐가 그렇게 보이게 한 걸까?
정말로, 학기 중에는 시간이 없었다.
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맘 놓고 가 보거나 걸어다니거나 할 그럴 진짜 물리적인 여유가 없었다.
그런데 방학을 하고 나니까 모든 것을 다 놔 버리게 되고 방학 내내 한 일은 정말이지 사람 만나는 것 밖에 없다.
적어도 지금까지는.
사람 만나는 거 이거 진짜 좋은 일인 거 같다. 재밌기도 하고, 매일 매일 오늘은 이 사람 만나고 내일은 저 사람 만나고, 또 그 다음날은 누굴 만나고...
다이어리를 봐도 7월 한 달은 사람 만난 스케쥴이 90% 이상이다.
덕분에 돈을 정말 엄청 써댔다.
방학 하면 교통비 좀 줄일 줄 알았는데 왠걸 - 하루에 두 세탕씩 뛰는 날도 있고 그러다보니 한달의 반도 안 지났는데 교통비는 3만원 가까이를 돌파했다...
이번 주말에도, 다음 월요일도, 수요일도, 또 그 주 주말에도 약속이 있는데 하나 하나 약속을 쓱쓱 지워가는 맛에 요즘 살고 있다.
사람이 어느 정도 세상을 알게 되고, 뭔가 보이는 것 같으면 그 순간 자기에게 가장 편하고 안락했던 공간을 그냥 문득 떠나고 싶어지는 때가 누구에게나 다 오는 것 같다.
그리고 그 시기가 나는 초큼 빨리 왔었는데 실행을 적극적으로 하는 건 그거는 아마 대학교에 와서부터 일 거다.
대학만 들어가면 내 맘대로 가고 싶은 델 가고, 집에 들어가지 않거나 혹은 늦게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.
그리고 이 가출 혹은 탈주본능은 2학년 때 절정에 달했었지 싶다.
물론 지금도 싱글 라이프를 즐기기는 하지만 그 때 만큼 절실히 집에서 벗어나고 싶진 않았던 것 같다.
근데 참 신기한게 집을 떠나 있으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거다.
이 얘길 했더니 비웃었던 친구도 있었는데 ㅋㅋㅋ 너도 곧 그렇게 될거야 ㅋㅋ
또 이건 그냥 장소나 그런 곳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다.
이거 역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...
그리고! 우리 고도리에게도 정말 딱 들어맞는 탈출 본능...
고도리와 내가 다른 점은 고도리는 일방통행. 항상 탈출본능만 충만해 있다는 거.
절대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. 항상 나오려고 난리를 쳐 대지.
2학년 때는 대놓고 누구에게 얘기한 건 아니지만 정말 맨날 맨날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, 맨날맨날 부딪혀야 하는 얼굴들이 너무너무 지겨워서 제발 진짜 쫌 안 보고 살았으면 한 적이 있었다.
징글징글 하다고 정말.
이 생각 나만 했던 건 아닐 거다.
보여줄 모습, 안 보여줄 모습 항상 같이 있으면 보여주게 되고 더 이상 나에 대해 새로운 걸 보여줄 게 없다는 생각이 든 순간 그냥 이 생활 고만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.
근데 지금은 어떠냔 말이지. 지금은 정말 다시 그 때로, 그 사람에게로,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.
그렇게 벗어나고 싶었었는데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.
여기는 누구랑 언제 뭘 했던 곳,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그 사람이랑 여기에 앉아서 무엇무엇을 하고 무슨 얘길 했었지.
그 때 남긴 사진들이랑, 우리가 했던 얘기랑, 함께 들었던 음악이랑, 어떤 냄새가 났었고, 어떤 옷을 입었었는지 다 기억한다.
그리고 전부 다 되돌리고 싶다.
지금 떠나는 사람들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거다.
떠날 날이 한참 남았을 땐 아 씨 정말 벗어나고 싶다 이 구질구질한 삶 이러고 있었지만 정말 떠나면 다시 돌아오고 싶어진다니까.
그리고 더 잘 못해줘서 엄청 미안해 진다니까.
그래도, 언제라도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겠냐고.
오늘의 theme song은 fly to the sky's 다시 돌아온 너에게?ㅋㅋㅋㅋ
# by | 2008/07/26 01:11 | Hear J' Story | 트랙백 | 덧글(0)



